첫 치료를 시작할 때 즈음이었을까, 마치 내가 나아지길 모두가 바라는 것처럼 모든 일이 순탄했었다.
성공적인 이직, 이사, 새로운 인연까지.
세 가지 모두 각기 다른 큰 영향을 줬었는데, 그중 새로운 인연의 힘이 컸다.
나는 여자이지만, 여자를 좋아한다. 그래서 더더욱 인연을 찾기가 힘들기도 하다.
그날도 특별하지 않은, 그저 눈 오는 어느 날이었다.
업무 중 틈 날 때 시작한, 둘 다 연애할 생각은 없다며 가볍게 시작한 오픈대화였다.
A와의 대화는 편안하고 따뜻했다. 누가 대화하든 한 번쯤 호감을 가질만한 대화 애티튜드.
그보다 중요한 건, 'A가 여자가 맞는지' 의 여부였다.
결국 서로 조심스레 사진을 교환했고, 곧장 삭제했다.
문제는 연애할 때가 아니라던 내가 그 짧은 순간 첫눈에 반해버린 것이다.
우울함을 잊을만큼 찌르르하던 마음과 번쩍 드는 정신과 어쩔 줄 모르겠는 손.
그 순간만큼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큰 여운을 줬다.
그때부터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과 대화 중이 아닐 때의 공허함이 나를 미치게 했다.
나의 저돌적인 모습에 결국 백기를 든 A는 그렇게 나와 만나게 되었다.
그 만남은 현재진행형이고, 여전히 내 옆에 온전히 남아있다.
당시의 나는 나의 우울증을 숨기지 않았고, 치료 의지를 밝혔다.
혹시나 나의 기분이 갑작스레 가라앉는다면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양해 또한 구했었다.
데이트 중 갑자기 눈물이 나거나, 졸거나, 우울해한다거나 모든 모습을 다 솔직하게 보여줬고 있는 그대로 받아준 A.
나의 첫 치료가 효과적이었던 건 아마 A가 내 곁에 와주었기 때문이 아닐까.
물론, 매 순간 순조롭기만 하진 않았지만 말이다.